1. 평화라는 단어의 이면
국제관계에서 ‘평화’라는 단어는 대개 긍정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평화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주체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어떤 평화는 당사국의 자유와 주권을 보장하지만, 다른 평화는 그 자체로 불평등과 굴욕을 내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평화의 조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의 테이블에 앉았을 때, 이들이 공유하는 목표는 과연 ‘우크라이나 국민의 안전’일까, 아니면 각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일까?
2. 미·러 협상의 역사적 맥락
2-1. 냉전기의 기억
미국과 러시아(구 소련)의 관계는 20세기 내내 ‘대리전’의 형태를 띠어왔다. 한국전쟁, 베트남전,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에서 두 강대국은 직접 전면전을 치르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영향권을 넓히려 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경쟁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지리적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완충지대’이자, 유럽 에너지 공급로의 핵심 경유지였기 때문이다.
2-2.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미·러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켰다.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무력 분쟁은 사실상 국제정치의 ‘고정변수’가 되었고, NATO 확장 논의는 러시아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따라서 오늘날 미·러 협상은 단순히 전쟁 종식을 넘어, **‘전후 질서 재편’**이라는 훨씬 큰 그림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3. 미국의 전략: 질서 유지와 영향력 확대
미국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전략적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
- NATO 결속력 강화
전쟁 장기화는 유럽 국가들의 안보 의존도를 높이고, 이는 곧 NATO 체제와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한다. - 러시아의 전략적 소모
군사·경제적 소모전은 러시아의 장기적 국력 약화를 초래하며, 이는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의 부담을 줄인다. - 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명분
가치 외교의 프레임은 국내 정치와 국제 여론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
미국이 원하는 평화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최소화되고,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유지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4. 러시아의 전략: 영향권 회복과 체제 안정
푸틴 정부가 바라는 평화의 조건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에 있다. 이는 NATO 가입 포기, 서방 무기 배치 제한, 러시아어권 지역의 자치권 보장 등을 포함한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국경분쟁이 아니라, 체제 생존과 국제적 위신 회복의 문제다.
- 완충지대 확보
러시아 서부 국경에 NATO 군사 인프라가 들어서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 내부 결속 강화
대외 갈등은 국민을 ‘외부 위협’에 결집시키고, 권위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높인다. - 에너지·경제 지렛대 유지
흑해·크림반도와 같은 전략 거점은 에너지 수송로와 해양 군사력에 직결된다.
5. 우크라이나의 입장: 주체인가, 객체인가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직접 당사자지만, 국제 협상에서 종종 ‘객체’로 취급된다.
젤렌스키 정부는 전쟁 종식을 위해 평화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다음과 같은 현실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 영토와 주권의 교환 문제
러시아가 요구하는 영토 양보나 중립화는 국가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다. - 경제·안보 의존 심화
서방 지원 없이는 군사·경제 운영이 어려운 현실이 협상력 약화로 이어진다. - 국내 여론의 분열
전쟁 피로감과 피해 누적은 ‘즉각 휴전’과 ‘완전 승리’ 사이의 여론 대립을 심화시킨다.
6. 평화의 조건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
6-1. 강대국 중심 협상 구조
미·러 간 담판이 우크라이나 운명을 좌우하는 구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복되어온 **‘강대국 정치’**의 전형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국의 의사는 종종 부차적인 요소로 밀려난다.
6-2. 비대칭적 피해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 난민 발생, 사회 기반 시설 붕괴 등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에 집중된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 이를 직접 경험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제한적이다.
6-3. 국제법과 현실 정치의 괴리
국제법은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을 금지하지만, 현실에서는 군사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이 이를 무력화시킨다.
📌 Q&A로 보는 결론 정리
Q1.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하면 정말 평화가 올까?
→ 평화는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문제죠. 강대국끼리의 합의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잠시 숨 고르기일 뿐입니다.
Q2.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나?
→ 국제정치의 냉정한 현실은, 힘이 있어야 목소리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서방 지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완전한 독립적 협상력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적 결집과 국제 여론은 우크라이나가 테이블 위에서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서는 데 중요한 힘이 됩니다.
Q3. 정의로운 평화는 가능할까?
→ 가능합니다. 다만 그 과정은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피해 회복과 전후 재건, 인권 보장, 전쟁범죄 처벌까지 함께 가야 진짜 ‘정의로운 평화’가 됩니다.
7.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조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평화는 단순한 ‘전투 중단’이 아니라, 정의와 주권을 보장하는 구조적 합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 당사국 중심의 협상 구조 보장
우크라이나가 독립된 주체로 협상에 참여하고,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 국제사회 다자안보체제 활용
미·러 양자 협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UN·EU 등 다자기구를 통한 보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 전후 재건과 인권 보장 병행
평화 합의에는 전후 재건 지원과 전쟁범죄 책임 추궁이 포함되어야 한다.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평화는, 종종 불평등과 잠재적 갈등의 씨앗을 품는다. 진정한 평화는 모든 당사자가 ‘안전’과 ‘존엄’을 보장받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결코 협상 테이블 한쪽의 서명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그것이 국제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 공감의 한마디
전쟁의 소식은 멀리 있는 이야기 같지만, 결국 모든 전쟁은 사람의 삶을 흔듭니다.
집이 무너지고, 가족이 흩어지고, 아이들이 학교 대신 피난길에 오르는 그 순간, ‘누구를 위한 평화’인지가 선명해집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단순한 총성의 중단이 아니라,
다시는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되는 미래입니다.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강대국의 손익계산서보다 더 무거운,
사람의 존엄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합니다.